성취감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순도 높은 동력을 가지고 있다. 이뤄낸 목표가 높은 것일수록 얻게 되는 성취감 역시 높아지고,
그로 인한 동력은 무한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2017년 석·박사 통합과정을 통해 초보 연구자로서의 길을 내디딘 김지연 대학원생은 2018년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
2022년 대한민국 인재상 등을 수상하며 연구자로서의 동력을 일찌감치 얻었다. 그가 나아갈 과학자로의 여정이 기대되는 이유다.
건축가를 꿈꾸던 소녀
많은 과학자 사이에서 ‘환경’은 여전히 큰 화두이고,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다공성 물질’이다. 특히 김지연 학생이 연구하고 있는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의 경우 금속이온과 유기 분자가 연결돼 형성된 골격구조로 수소를 생산하는 촉매로 이용되거나 이산화탄소를 흡착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다공성 물질은 말 그대로 구멍이 많은 물질을 뜻해요. 예를 들면 스펀지나, 현무암, 스티로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다공성 물질이죠. 물질을 이루는 분자와 분자 사이에 구멍이 존재해 구멍 속에 여러 가지 물질들을 흡수하거나 저장할 수 있어요. 제가 연구하고 있는 MOF의 경우 금속과 유기물이 결합한 형태인데 금속이나 유기물의 종류나 결합구조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구멍의 크기도 조절할 수 있고 저장하는 물질의 종류도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수 있어요.”
MOF는 구성 성분이 배위 결합*에 의해 계속해서 연결되는 확장형(extended) 구조로 이루어져 새로운 구조와 결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종의 분자를 이용한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김지연 학생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이라고.
“어릴 적 꿈이 건축설계사였는데, 구조를 결정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를 조립하고 조립된 분자의 구조를 예측하는 연구에 빠져든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석·박사 통합과정을 시작한 이듬해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Global Ph.D. Fellowship)에 선정되며 주도적 연구의 밑거름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즐기듯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덕분일 것이다.
대한민국 인재에서 세계적인 인재로
“자세가 차이를 만든다.” 시야를 넓게, 포부도 크게 가지라는 뜻이다.
“대표 연구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받아 선정되었는데요, 시상식에 오르는 순간 상이 주는 무게가 느껴지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연구 활동을 인정받게 되어 기쁘기도 하고, 앞으로 제 연구가 사회에 환원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어요.”
김지연 학생은 저명 국제학술지에 제1저자 및 공동1저자로 논문을 게재하며 연구 역량을 키워왔다. 금속-유기 다면체를 구성하는 빌딩 블록의 자기 조립 방식을 토폴로지(topology) 기반의 분석 방법을 통해, 아직 보고되지 않았지만, 합성될 가능성이 있는 미래 구조를 예측하고 설계할 방법을 제안한 연구를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Chem에, 다양한 종류의 화학 작용기가 첨가된 다변량(multivariate) 금속-유기 골격체의 작용기 위치를 확인하고 배열을 조절할 수 있는 연구 내용으로 재료공학 국제학술지인 Matter에 각각 논문을 게재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최원영 교수님 연구실의 장점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교수님은 늘 자율적이고 유연한 사고로부터 기존 연구의 한계점을 해결할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말씀해주세요. 기존 연구에 계속 질문을 던지고, 세상에 없던 것을 찾아 나서길 바라시거든요.”
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던 대학원에서 김지연 학생은 오히려 실패를 많이 경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한 뒤 얻는 성취감이 더 큰 목표를 세우는 추진력이 되는 경험 역시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그렇기에 어려워 보이더라도 도전하며 열심히 나아가고자 한다.
“도전적인 연구를 하는 일은 계속해서 저를 변화하게 만듭니다. 변하고자 노력하는 일은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도전적인 연구를 하는 연구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훌륭한 연구를 통해 인류의 과학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자신감 있는 과학자로, 지속해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