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받아들이는 과정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조교수

UNIST 화학과만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UNIST 화학과를 대표하시는 29분의 교수님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어느 대학보다 다양한 화학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교수님들이 계시기에, 여러분들이 듣고 싶은 다양한 화학 분야의 수업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제가 무기화학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통해 다양한 기초 화학 분야부터 태양전지, 이차전지, 나노 소재 화학 등 최신 응용분야까지 다양한 화학 분야의 지식들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은 이런 UNIST 화학과의 특수한 환경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학과의 교수님들 사이의 공동연구도 매우 활발해서, 그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는 학생 입장에서 본인 연구 분야의 확장과 융합 연구로 그 깊이를 더할 수 있는 환경인 것도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학위 기간 중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극복하였나요?
학위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실패를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원 5년차 9월에서야 1저자 논문이 처음으로 나왔어요. 그 동안 저는 수많은 실험 실패를 경험했고, 그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몰라 힘들었어요. 오랫동안 실패를 하던 저를 보며 지도 교수님께서 지나가듯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실패에서 무엇이라도 배웠다면 그건 실패가 아니라 하셨어요. 덕분에 저는 수많은 실패의 이유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석하여 최소한 그 이후에는 똑같은 실패는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전과 다른 실패를 했다면 저는 새롭게 고려해야 될 실험 팩터(factor)을 배웠다 생각하고, 더 이상 실패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제가 학부 연구생과 대학원을 보내면서 작성한 연구노트가 약 17권, 1700 장 정도 됩니다. 1700가지의 실패할 수 있는 팩터를 알고 피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실패하는 실험보단 성공하는 실험이 많아졌고, 그렇게 힘든 기간을 지나 보낼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지금 서울대 화학교육과에서 조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년 3월에 임용되어서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정말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어요. 이번 년에는 수업을 2번째 반복하는 것이니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여전히 수업 전에 잔뜩 긴장하고 수업 준비에 쏟는 시간을 보니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ㅎㅎㅎ

직업적으로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제 강의를 들으면서 이해하는 모습을 보일 때죠. 제가 UNIST에서 수업을 들으며 경험했던 화학의 매력과 재미를 학생들에게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제가 오랫동안 연구만 해서 누군가에게 강의를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강의 전에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을 많이 하며 준비하는데, 그렇게 준비해서 들어간 강의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볼 때 보람됩니다. 행복한 순간은 제가 연구자이기에 당연한 것이겠지만, 연구에서 제 생각대로 아이디어가 구현이 될 때입니다. 예상한 대로 실험이 진행이 될 때, 제가 모르던 자연의 지식에 조금 더 다가가게 되었음을 확인한 것 같아 행복해집니다.

긴 안목에서 최종적인 목표나 꿈이 있으신가요?
저는 늘 의미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고, 이것이 이제는 제 목표가 되었습니다. 제 나름의 의미있는 연구의 기준은 100년 뒤 누군가가 배우게 될 교과서에서 연구 내용이 한줄이라도 남아있는 것입니다. 너무 막연한가요? ㅎㅎㅎ 지금 저는 제 연구분야를 만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그 여정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새로운 분야를 시도했지만 실패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 큰 기여를 하며 제 적성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껏 배워온 전공 지식을 기반으로 지금은 마음껏 도전하고 실패하며 의미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야을 찾고 있어요. 지금은 무기화학 다공성 소재를 기반으로 한 분리연구에 관심이 있어 최선을 다해 연구를 하는 중입니다. 제 종착역이 어디였는지 그리고 꿈이 이루어졌는지는 100년 뒤 교과서에서 알 수 있을 테니, 저는 끝까지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UNIST 졸업생으로서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많이 실패하고 배우세요. 성공할 필요도 없고, 좋은 결과를 낼 필요도 없습니다. 많이 도전하시고마음껏 실패하시고, 마지막엔 그로부터 배우세요. 앞으로 격게 될 사회의 그 어떤 곳 보다 UNIST라는 곳은 여러분의 실패에 관대한 곳입니다. 연구에 꿈이 있다면 가장 멋진 환경을 제공해주는 곳이 여기 UNIST라 생각해요. UNIST라는 우산 아래에서 마음껏 실패하며 배워서 여러분들의 실력을 단단히 하고, 세상에 나가셔서 마음껏 꿈을 이루었으면 합니다.

alumni interview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