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걱정보단 내가 재미있는 분야를 선택한 열망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조교수

UNIST 화학과만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세 가지 장점을 꼽고 싶습니다. 첫번째로, 현재 UNIST 화학과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수한 교수진이 있습니다. 매년 최고의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보고 중이며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분들이 학과에 계십니다. 두번째는 UNIST 화학과가 정말 좋은 연구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연구자라도 좋은 연구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양질의 연구를 수행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UNIST 화학과는 국내 어느 대학교와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좋은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UNIST는 정말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는데요, 이를 반영하듯 화학과는 젊고 열정적인 분위기로 가득합니다.

학위 기간 중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극복하였나요?
제 원래 전공은 전자과입니다. 전자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메모리와 반도체 소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자과 전공 과목을 공부할 수록 저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과학보다는 나노미터 단위의 미시적 스케일의 과학 (즉 양자역학)에 큰 흥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석사과정 중 양자역학 시뮬레이션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고 계산화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당시에는 제가 너무 어려서 이 결정이 얼만큼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또한 이 결정이 꽤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에 대한 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어떻게 그렇게 했나 싶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엔 현실적인 걱정보단 내가 재미있는 분야를 선택하고 싶었던 열망이 컸던 것 같습니다. 계산화학 분야는 화학 뿐만 아니라 이론 물리를 심층적으로 이해해야하는 분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사과정에 입학한 후 거의 2년은 열심히 공부만 했습니다 (양자역학, 고체물리, 다체론 등).

졸업 후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현재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수행하는 연구는 에너지 물질, 양자역학 시뮬레이션, 그리고 머신러닝이라는 3가지의 키워드로 압축됩니다.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고 탄소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보다 혁신적인 에너지 재료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 촉매, 에너지 저장장치, 재생에너지원 등. 하지만 현재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두가지 존재합니다. 첫번째는 이론적으로 물질의 물리적/화학적 성질을 정확히 기술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와 연계된 두번째 장애물은 재료의 물성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에너지 물질을 디자인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저의 연구는 앞에서 언급한 두 장애물을 뛰어넘는 이론과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직업적으로 가장 보람되고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는 자부심보단 보람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저의 연구성과를 듣고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연구자들이 있을 때만큼 뿌듯하고 보람찬 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과학자들은 과학이란 언어로교감을 하고 이를 통해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인종, 나라, 정치를 뛰어넘는 과학을 통해 전세계의 동료 과학자들과 만나고 협업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안목에서 최종적인 목표나 꿈이 있으신가요?
길게는 두 가지 차원의 목표가 있습니다. 좀 더 공적인 차원에서의 목표는 세계적 수준의 재료 시뮬레이션 연구 그룹을 한국에 구축하는 것입니다. 주관적 차원의 목표는 긴 호흡으로 스토리가 있는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단기간의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저의 분야에 존재하는 매우 어렵고 도전적인 문제들에 매달려 보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매달려 이 문제들을 연구하며 소기의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UNIST 졸업생으로서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연구의 일환으로 시도하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실패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관점 유지하는게 바로 즐거운 연구 생활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러한 조언은 스위스 포스닥 시절 지도 교수님인 Michele Parrinello가 저에게 해주었던 조언이었습니다. Michele 또한 이 조언을 Kurt Wüthrich 교수님(Nobel Prize Chemistry 2002)으로부터 듣고 지금껏 마음에 간직하며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연구를 하다 보면 이러한 태도를 유지하는게 정말 어렵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만, 이게 바로 노벨상을 받는 비결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alumni interview
서울대학교 화학교육과 조교수